Wednesday, December 3, 2008

`임대주택 갈등` 반포자이 입주 차질 `비상`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3410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 '반포자이'가 예정된 시기에 입주를 하지 못할 위기에 빠졌다. 재건축조합 대의원총회에서 개발이익환수제에 따라 공급해야 하는 임대아파트 400여가구를 내놓지 않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시공업체인 GS건설이 임대아파트 건립에 따른 비용 852억원 가운데 절반을 부담하겠다고까지 조합 측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서초구는 임대아파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용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17일 입주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은 임대주택 의무건설 조항을 담은 개발이익환수제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지난 10월30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돼 서울시에 임대아파트 419가구를 땅값과 건축비 등만 받고 무조건 팔아야 할 처지가 됐다. 헌재는 2005년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늘어난 용적률의 10%를 임대아파트로 짓는 게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조합은 헌재에 결정에도 불구하고 임대아파트를 선뜻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일반분양을 해도 될 아파트를 임대로 넘기면 수백억원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전에 53㎡형 아파트를 갖고 있던 조합원들은 3000만원,82㎡형 아파트 조합원은 4800만원을 각각 추가로 내야 한다. GS건설이 426억원을 내겠다고 했지만 조합 측은 임대아파트 건립에 드는 부담을 질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임대아파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입주는 난항을 겪게 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서초구로부터 임시 사용승인을 받는 방법으로 입주가 가능해지더라도 조합원이 임대아파트 분담비용을 내지 않으면 잔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집주인들에게 집열쇠를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합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임대와 관련없는 일반분양 아파트(599가구)를 제외한 조합원 아파트 입주를 허용하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조합과의 시공계약서에서 임대아파트와 관련한 부담금이 발생하면 조합 측이 내는 것으로 명시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법적인 책임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보름간 임대아파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미 집들이 날짜를 맞춰놓은 입주 예정자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판 사람도 많고 전세를 얻은 사람도 상당수여서 입주가 늦춰지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입주 예정자들이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가 임대아파트를 매입,장기전세주택(시프트)으로 공급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SH공사 장기전세팀 관계자는 "서울시는 반포자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이번 달에 장기전세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임대아파트를 매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낙찰받은 집 포기 속출

경기 침체로 집값이 급락하면서 경매시장에서 아파트를 낙찰받는 사람이 계약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매로 낙찰받았을 때는 싸다고 느꼈지만 막상 잔금을 낼 시기에 해당 주택 시세가 낙찰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생긴 풍속도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낙찰을 받았다 잔금을 내지 않고 계약을 포기하는 경매 참가자들이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용인, 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 내 아파트와 다세대, 연립주택의 대금 납부 포기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예로 지난 1일 서울동부지방법원 5계에서는 매각에 부쳐진 물건 54건 가운데 3건이 변경ㆍ취하된 것이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법원감정이 고점기에 이뤄져 감정가에 거품이 있는 데다 경매 시기와 잔금 납부 시점이 3개월 이상 차이 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매각 시점의 시장가격보다 해당 부동산을 넘겨받는 명도 완료일 이후 시세를 고려해 경매에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 경매 물건의 추가 가격 하락폭을 감안한 뒤 낙찰가를 산정해야 계약금을 날리는 손해를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낙찰가를 분석할 때 경기 상승기에는 상한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해도 되지만 하강기에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고려해 반드시 하한가를 기준으로 예정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99㎡가 10억원에서 3회 유찰 후 5억1200만원에 경합을 벌이면서 최초 감정가의 63.6%인 6억3555만원에 낙찰됐는데 이는 현 시세가 6억7000만원대고 앞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고려할 때 너무 높은 수준에서 낙찰 가격이 결정된 예"라고 말했다.

11·3이후 한달..미분양 쏟아지고 깡통분양권 속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놓은 11·3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르는 예상과는 달리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 수도권 비상한제 아파트들은 여전히 맥을 못추고 분양가보다 낮은 깡통분양권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경우 급매물 가격이 2006년의 최고 거래가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나 일부 전문가의 주장처럼 ‘집값 반토막’ 전망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순위내 청약 옛말, 미분양 홍수

투기지역 해제 등 규제 완화 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3일 이후 최근 공급된 서울·수도권 요지에 분양됐던 아파트는 여전히 미달사태를 빚었다.

3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순위별 분양이 진행된 전국 23개 단지 중 22개가 1∼3순위 청약을 마감하지 못했다. 중흥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2지구 D-4블록에 짓는 ‘행신 2차 중흥S클래스’의 경우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 청약을 끝내지 못했다.

두산건설이 공급하는 경기 부천 약대동 두산 위브 1, 2구역 1118가구의 1순위 청약에서 총 141명이 신청해 평균 0.12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또 지난달 11∼12일 1, 2순위 접수를 한 인천 석남동 금호 어울림 일반분양분 44가구도 계약 직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후분양 아파트였지만 5명만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실물경기가 워낙 침체된 데다 규제완화에도 여전히 분양가가 높다고 판단하는 수요자들이 많고 분양권 전매허용으로 분양가보다 싼 급매물이 나오면서 신규청약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가 밑도는 깡통 분양권 속출

한때 뉴타운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서울 성북구의 분양권 시장은 침체된 상황이다. 길음뉴타운은 분양가보다 낮은 깡통 분양권이 등장하고 있다. 8구역 또는 9구역 99㎡의 경우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 낮은 매물이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도 원인이지만 길음동 일대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정비되면서 분양권을 포함한 19㎡ 이상 토지를 거래할 때는 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싶어도 매수세가 없고 규제로 묶여 있어 문의 전화도 없다”며 “미분양이 넘쳐나도 안사는데 누가 거래허가까지 받으면서 집을 사겠냐”고 말했다.

분양권 거래가 없기는 하월곡동, 종암동 일대도 마찬가지.

종암동 S공인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가 전면적으로 해제된 지난달 7일 이후 R아파트에서 웃돈 붙은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는 안되고 있다”며 “매수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버블지역 집값 40% 이상 빠져

2006년 13억6000만원에 거래되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2㎡형이 지난달 29일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에서 42% 떨어진 것. 송파구의 신천동 장미2차 129㎡는 6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오면서 2006년 거래된 최고가(12억5000만원) 대비 48%가 하락했다.

또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가락동 가락시영2차 56㎡는 급매물 시세가 6억원으로 2006년 최고 11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45.5%가 내렸고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106㎡는 현재 급매물이 5억8000만원 선으로 역시 2006년 최고 실거래가 9억8000만원 대비 40.8% 떨어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는 2006년 11억6000만원에서 현재 7억8000만원으로 33%, 112㎡는 2006년 최고 14억원에서 현재 9억5000만원으로 32%가량 하락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강남구와 경기 분당, 용인 일대의 일부 급매물 시세는 2006년 고점대비 30∼4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앞으로 집값의 향배는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불안 지속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실물경기 회복이 빨라진다면 부동산도 이른 시일 내 안정될 것이고 반대로 회복이 늦어진다면 불안 시기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