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2, 2008

집 가진 자들의 '수난시대'

요즘 전세 시장에서 세입자들의 처지가 완전히 바꿨다. 때문에 '역전세난' 심화로 갖가지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오히려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는가 하면 세입자들이 집주인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라이프 아파트 158㎡을 세놓고 있는 이모씨(44.공무원)는 요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말로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서 세입자가 전세금 2억8000만원을 돌려달라고 날마다 조르고 있어서다. 세입자는 돈이 마련됐냐고 직장으로 허구헌날 전화를 해 업무를 못 볼 지경이다.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통사정해도 소용이 없다. 대출도 안 되고, 세입자도 없다. 이씨는 꼭 빚쟁이에게 쫓기는 심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이씨는 "세입자가 이달말 용인 수지에 새집에 입주하는 처지여서 이해가 되지만 돈을 빼 줄 방법이 없다"며 "한번은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입주가 늦어질 경우 입주 지연금을 대신 내주기로 하면서 겨우 타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씨와 세입자는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됐다. 이씨는 악감정을 풀 방법이 없어 당혹스럽기만 하다.

역전세난의 심각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 대출금 이자를 대납해 주는 사례도 있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개나리푸르지오 110㎡(확장형)을 소유한 나모씨(63.자영업)는 이 아파트가 첫 입주를 시작한 지난 2006년 11월 중순경 세입자 이모씨(36.회사원)와 4억2000만원에 2년간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을 한달 여를 앞둔 지난 10월 중순 나씨는 세입자로부터 날벼락 같은 얘기를 들었다. 이씨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이사를 가겠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전세 만료 기간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아 당연히 계약을 연장하려니 생각했던 나씨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씨가 이사를 가게되면 또 다른 세입자를 구해야 하나 최근 전세 물건이 남아도는 역전세난이 심해져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나씨는 세입자 이씨를 찾아가 최대한 전세 금액을 낮춰 줄테니 재계약을 하자고 몇 번을 부탁한 끝에 전계약 때보다 무려 7000만원이나 내린 3억5000만원에 재계약을 하기로 합의를 봤다. 나씨는 한숨 돌렸다.

하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건 아니다. 요즘같이 목돈 마련이 힘든 시기에 세입자 이씨에게 전세금 차액 7000만원을 돌려줘야 하는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씨는 재계약 시점인 지난달 중순까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끝에 7000만원에 대한 은행 이자를 연 8%로 계산해 세입자에게 지불해 주기로 결정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매월 50만원에 가까운 생돈이 나가야 할 상황이 돼버렸다.

예전 같으면 전세 만료 시점에 세입자가 주인을 찾아가 전세 금액을 올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며 갖가지 선물 공세를 퍼부었던 때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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